본문 바로가기
소식/해외

모든 사람이 안전해지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by Healing JoAn 2021. 11. 8.

주요 7개국(G7)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모든 사람이 안전해지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G7이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과 진료·치료에 대한 더 저렴하고 공정한 접근’을 촉구하기 위해 추가 대책을 발표한 배경이다. 이 대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각국은 정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휘해 개발도상국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① 공급의 불균형은 극명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에 따르면 10개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75%를 장악했다. 반면 130개 이상의 나라는 코로나19 백신을 단 1회분조차 얻지 못했다.

 

G7은 이런 불평등을 직시하고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관련 원조를 75억달러(약 8조3000억원)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또 G20 국가와 다자기구 등에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체(ACT-Accelerator)’를 통한 개도국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많은 개도국이 직면한 위기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조치를 하는 게 단지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선진국 이익에도 부합한다. 개도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②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선진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을 무력화하고 감염, 입원, 사망 그리고 국가 봉쇄라는 끔찍한 상황을 반복해서 만드는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코로나19에 맞선 인류의 전투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등장한 변이 바이러스로 위기에 봉착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 속도마저 빠르다. 다행인 건 아직 지금의 코로나19 치료법과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수준까지는 아니란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은 더는 우승 후보가 둘뿐인 경기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기존 바이러스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도 퇴치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많은 국가가 난관을 만날 것이다. 그간 감염 억제와 백신 투여에 상당한 진전을 보인 국가라고 해도 해외에서 온 변이 바이러스를 그냥 감수하거나 자국민의 활동을 막는 봉쇄 조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물론 둘 다 지속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코로나19와 전투에서 다른 이를 돕는 게 국가적 우선순위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 이미 다른 나라에 무상으로 방역 마스크를 나눠주는 이른바 ‘마스크 외교’를 통해 개도국 사이에서 입지를 더 강화했다. 중국은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역경을 극복할 때 그들의 지배구조가 서구권 국가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중국은 러시아처럼 ③ ‘백신 외교’에 나서며 더 분주해졌다. ‘아프리카 의료용품 플랫폼’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연합(AU)은 3억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의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받았다. 더불어 스푸트니크 V 백신을 필요로 하는 나라를 위한 자금까지 함께 지원받았다.

 

2021년 1월 29일(현지시각)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도상국에도 공정하게 보급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G7이 개도국 백신 공급을 위한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면, 이들이 국제 사회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반박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화를 다시 이끌겠다”라고 선언한 것과도 흐름을 일치시킬 수 있다.

 

G7은 이번에 발표한 대책 이상의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개도국에 재정 지원을 하거나 선진국이 이미 확보한 백신 중 초과 분량을 그들에게 기부해야 한다. 또 G7은 지역 공급망이 망가지는 걸 극복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과 물류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 백신 제조 업체들이 생산 업체와 지식을 공유하는 일도 필요하다.

 

앞길이 막막한 게 사실이다. 집 안에서만 돈과 노력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코로나19 백신에서 나오는 이익을 차지하려는 사람, 백신 개발의 과학적 혁신으로부터 미래 이익을 보호하려는 사람 등 수많은 반대 세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안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계속 안고 살거나, 벙커처럼 봉쇄된 국가 안에서만 살 수는 없지 않나. 어쩌면 둘 다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댓글